여행의 마지막 날, 고운 모래밭 위에 펼쳐져 있는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며 마지막 시간을 음미하던 제비는 별안간 둔탁한 무언가와 부딪힌다. 매너 없는 한 젊은이가 들고 가던 서핑보드와 부딪히면서 제비는 자신의 휴대폰을 바다에 빠뜨리고 만 것이다. 그때만 해도 그 사고가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게 될 줄은 제비는 알지 못했다.
어이없는 사고로 휴대폰과 함께 비행기 티켓, 신용카드를 모두 잃게 된 제비는 무일푼 떠돌이 신세가 된 오늘과 더욱 암담해진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해안도로를 걷는다. 그러다 ‘대왕물꾸럭마을’에 들어서게 된 제비는 마을 구석 벼랑 위에 서 있는 이층집을 발견한다. 하얀 건물의 간판은 〈하쿠다 사진관〉. 주인과 손님이 보이지 않는 고요한 사진관을 둘러보던 제비는 사진관의 구인 광고를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서울로 돌아가 봤자 딱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찾지 못했던 제비는 사진사에게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곳에서 3개월이라는 기한을 조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하쿠다’는 제주 말로 ‘무언가를 하겠다’, ‘할 것이다’라는 뜻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will do’. 그러니까 ‘하쿠다 사진관’은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다. 고단한 오늘을 살아낸 우리가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할 수 있는 곳, 어두컴컴하기만 한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을 얻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힘들었던 오늘의 모습을 내려놓고 변화된 내일의 ‘진짜 모습’을 촬영해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하쿠다 사진관〉이다.
제주도에서 있었을 것 같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때로는 코끝이 찡하게 만드는 허태연 작가의 소설이다.
주인공 제비와 사진관 사장의 사랑이야기가 될 줄 알았으나… 예상외의 전개에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고 소설의 묘미이기도 한 거 겉다.
12가지의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해 주고 있다. 사람냄새 흠씬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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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책 소개…